얼마 전에 일어난 일이다. 하루 일이 매섭게 나를 몰아 친 것은 아니였지만 마치 전지가 다 닳은 것처럼 방에 들어서자 마자 의식이 흐려져버렸다.
똑.똑.똑. 찾아올 사람 따윈 없다고 생각한 나는, 설령 있다고 해도 변변치 않을 것이기에 무시하고 이불을 머리 끝까지 끌어 올렸다. 쾅.쾅.쾅. 빌어먹을. 내 방문은 묵직한 주먹에 세차게 두들겨 맞고 있었다. 그의 일방적인 폭력에 나는 세상에서 가장 거칠고 터프한 사람의 얼굴을 한 채로 침대에서 일어났다.
문 구멍 사이로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. (난 아직 얼굴만 터프하다) 낯이 익은 사람의 얼굴이다. 분명히 점심 먹고 있을 때 교회에 한 번 나오라며 다가온 사람이다. 그런 일은 한국에서도 숱한 일이기에 대처 방안을 잘 알고 있다. 그것은 적당히 맞장구 치며 재빨리 보내는 것이다. 하지만 생각보다 끈기가 있으신 분이셨다. 그 분은 무려 20분 동안이나 나를 허공에 나풀거리는 먼지가 몇 개인지 궁금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.
어쨋든, 그랬던 그가 간헐적으로 끈기있게 내 방문을 두드리고 있었다. 젠장. 비극적인 역사적 사례지만 이럴 땐 집에 없는 척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임을 알고 있다. 이번 것은 수차례 검증되었고 또 실패할 가능성도 적다. 그렇지만 미국의 한 대학교 기숙사에서 이런 일을 다시 맞게 될지는 상상 조차 시도해 본 적이 없었다. 게다가 점심시간에 그의 얼굴을 익혀둔 것이 이렇게 도움이 될지도 역시 몰랐다. 단순한 역설적 생각들이 머리 속을 교차하며 지나갔다. 눈을 문 구멍 사이에서 떼어내고 나는 문이 제대로 잠겼는지를 다시 확인한다. 그리고 더욱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 저었다. 곧 침대로 돌아와 다시 잠들었다.
그가 가고 난 뒤 나를 포함한 모든 한국인의 방문(방 앞에 이름이 적혀있다)에는 압정으로 박아둔 하얀 종이가 일열 종대로 나열 되어 있었다. 내 옆 깜댕이 형님 방 앞에는 압정을 찔렀다 다시 뺀 흔적조차 없었다. 다행이다. 그런데 생각보다 상당 수가 문을 열어 주지 않은 듯 하다. 이미 한국에선 익숙한 문화이기 때문일까. 나는 종이를 앞정에서 떼어내어 쓱 훑어 보았다. 날조된 하얀 종이 위에는 날짜와 시간을 가리키는 숫자들 위에 형광색 줄이 그어져 있었다. 나는 색칠된 주위를 조심스레 살펴보았다. 늘 이런 식이다. 언제나 방문 찌라시는 보편주의에 입각해서 만인구원론을 외친다. 섹스마저 구원될 수 있는 사례다. 나는 똘레랑스의 정신으로 그 종이를 여느 때처럼 구겨서 쓰레기통으로 내던졌다.
하지만 그와 동시에, 생뚱맞게도 어쩌면 그 종이는 나 자신이 아닐까 하는 의혹이 마음 속에서 일어났다. 보편주의에 충실한 채로 만인구원론이란답시고, 비싼 미국 대학에 와서 형광펜으로 굵은 글자들을 정신없이 그어대고 있는 나와 이 종이와 무엇이 다르리. 현실의 나는 똘레랑스 정신 따윈 없고 쓰레기통에 꾸겨질 운명의 도안면, 그 자체일 뿐인데..
공허함이 저 끝에서 허전함으로 남은채 떠나가질 않는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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올해 1월달에 있었던 학교전도가운데.
참 많은 생각들을 했습니다.
그중에 한 학생이 우리가 했던 전도에 대해서
이런식으로 글을 남겼습니다.
캠퍼스의 현실이였습니다.
하지만 전 아무것도 할수가 없었습니다.
여러분.
기도해주세요.
감사합니다.